이석채 회장의 '홍길동론'으로 불거지는 KT와 삼성간의 분쟁은 그간 쌈싸미로 공생해왔던 국내 제조사와 통신사간의 관계의 균열 드러내 주는 사건입니다. 일견 현재의 문제를 '단말기 보조금'의 지원 여부로 인한 제조사와 통신사간의 싸움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만, '갑'의 위치인 통신사와 '을'의 위치인 제조사간 관계에서 제조사 애플이라는 새로운 '슈퍼갑'의 등장이 새로운 역학을 만들어낸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관련 기사 - 이석채 KT회장 “쇼옴니아는 홍길동”…삼성에 분통)
일단 올해 내로 발표될 아이폰 4G를 KT가 국내 유통할 것이고, 도입시기가 10월 정도라고 알려져 있는 아이패드 또한 KT가 수입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할 때 이것을 바라보는 삼성의 심사가 말이 아니겠지요. 삼성이 유치하게 군다해도 이해가 가는 요인들이 있습니다. 일단 삼성은 오랜 기간 4G를 준비해 왔습니다. KT가 4G서비스를 시작한다면 아이폰 4G를 주축으로 서비스를 진행하려 들테니까요. 와이브로에 대한 투자를 지속한 삼성이 4G에서 배반 때리는 KT가 곱게 보일 리가 없습니다.
또한 아이패드는 제조사 삼성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단말기입니다. 미국발 뉴스는 계속해서 전해오는 가운데 PC도 아니고 전자책 단말기도 아닌 이 요상한 물건이 국내 단말기 시장에서 어떤 영역(전자책/PDA/넷북)에서든 점유율을 차지하기 시작하면 삼성 입장에서는 여간 눈엣가시가 아닐 수 없습니다.(삼성 편드는 건 아닙니다;;)
웃고 있을 곳은 역시 SKT입니다. SKT는 국내 사용자들의 혹평에도 불구하고 T옴니아를 50만대 이상 판매하다 보니 어느새 '적통(嫡統)'이 되어 버렸습니다. 삼성이 출시하는 안드로이드 폰을 모두 쓸어 담게 된 SKT는 기존 시장 장악력에 날개를 달았습니다. 이 또한 KT눈에 편히 보일 리가 없겠죠.
KT가 이러한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을 리는 없습니다. 아이폰이 KT수익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기사가 솔솔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도 밀어붙이는 모습을 보면 믿고 있는 구석이 있거나 유무선 환경에 대한 전망에 있어 어떤 전략적 판단을 한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게다가 KT는 날고 기는 홍길동 아니겠습니까? KT입장에서 갤럭시폰, 아쉬울 순 있지만 삼성만 안드로이드폰 생산하는 것도 아니고 제조사 하나 인수해 버릴 수도 있는 힘도 있으니까요. 삼성의 경쟁사인 LG가 이 틈을 비집고 들어가 미친 척 '보조금 양보 반칙'을 저지를 수도 있는 상황이구요.(이미 그러고 있을지도 모르죠) 여기에 욕은 먹겠지만 공세적으로 해외 단말 제조업체의 안드로이드든, 윈도폰이든 3G든 4G든 계속 수입해 올 수도 있습니다.
양사가 풀리는 지점이 있다면 와이브로와 관련한 곳이 아닐까 조심스레 짐작해 봅니다. 서로 섭섭하고 아쉬운 걸 묻어 가려면 앞으로의 이익이 더 큰 곳이 있어야 할 테니까요. 추세를 보면 당분간은 아닙니다만.
국내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삼성이 아이폰 보다 잘 만들어 주고,
유무선 인터넷 환경이 보다 나아지면서
요금은 더 내려가는 상황을 기다려야겠죠? 공룡들 싸움에 소비자가 피해를 입는 경우는 없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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